태국 송크란에 부모님 발을 씻겨드리는 이유, 우리 가족의 이야기

태국 송크란에 부모님 발을 씻겨드리는 이유, 우리 가족의 이야기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부모님을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익숙해도, 그 마음을 발을 씻겨드리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그런데 이날 장모님과 아내의 여동생은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기억이나 감정이 떠올랐는지는 내가 대신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곁에서 본 그 모습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태국 송크란이라고 하면 거리에서 물을 뿌리는 축제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우리 가족의 사진첩에는 그와는 조금 다른 송크란의 모습이 남아 있다. 자녀들이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고, 어머니가 몸을 숙인 자녀의 머리에 손을 얹는 장면이다.

태국 송크란에 부모님 발을 씻겨드리는 이유, 우리 가족의 이야기
송크란 무렵, 아내의 가족이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던 날. 장모님은 자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계셨다.

세 남매가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던 날

이날 함께한 사람은 아내와 아내의 오빠, 그리고 여동생이었다. 세 남매가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태국 가족이 부모님께 마음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식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사진 속 장모님은 파란 의자에 앉아 계신다. 발 쪽으로 몸을 낮춘 자녀는 물을 부으며 손으로 발을 씻겨드리고 있다. 장모님의 손은 자녀의 머리 위에 놓여 있다.

주변에는 오토바이와 빨래가 보인다. 특별히 꾸민 행사장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을 다시 보면 의식의 형식보다 그날 함께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처음의 어색함과 두 사람의 붉어진 눈시울이 함께 기억나는 날이다.

사진 설명: 송크란 무렵,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는 가족의 모습. 어머니는 몸을 숙인 자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계신다.


송크란에는 왜 부모님께 물을 붓고 발을 씻겨드릴까?

송크란은 태국의 전통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물을 뿌리며 즐기는 축제와 함께, 부모님과 어른에게 존경을 표현하고 축복을 받는 풍습도 이어져 왔다.

태국 관광청은 송크란의 가족 의례 가운데 하나로 ‘롯 남 담 후아(รดน้ำดำหัว)’를 소개한다. 젊은 세대가 꽃이나 태국 전통 향수로 향을 낸 물을 준비해 부모님과 어른의 손에 붓는 방식이다. 태국 관광청 송크란 안내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행동에도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담긴다. 태국 공영방송 Thai PBS는 송크란의 부모님 발 씻기 풍습을 설명하면서, 길러주신 은혜를 되새기고 그동안 부모님께 잘못한 일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는 의미를 함께 소개한다. Thai PBS의 부모님 발 씻기 풍습 설명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우리 가족이 함께했던 장면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발을 씻겨드리는 행동에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직접 표현하는 의미가 있었다.


손에 물을 붓는 것과 발을 씻겨드리는 것은 같을까?

송크란 사진을 찾아보면 어른의 손에 물을 붓는 모습도 있고, 우리 가족처럼 발을 씻겨드리는 모습도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둘의 차이가 궁금할 수 있다.

두 행동은 부모님과 어른을 공경한다는 맥락을 공유하지만, 구체적인 방식까지 똑같은 의례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태국 관광청이 소개하는 롯 남 담 후아는 손에 물을 붓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Thailand Foundation은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행동을 별도로 소개한다. Thailand Foundation의 태국 예절 설명

우리 가족은 송크란 무렵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렸다. 이것이 내가 직접 본 경험이다. 이 한 번의 경험을 태국의 모든 가정이 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넓혀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태국 가족의 행사에 함께하게 된다면, 미리 정해진 절차를 외우기보다 그 집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가족에게 물어보는 것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태국 어머니의 날에 하는 행사일까?

부모님께 감사하는 모습 때문에 어머니의 날 행사와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태국의 어머니의 날은 8월 12일로, 4월의 송크란과는 별개다. 태국 정부의 어머니의 날 안내

그렇다고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풍습이 송크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Thailand Foundation은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 송크란 같은 때에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며 존경을 표현하는 풍습을 설명한다. Thailand Foundation의 태국 예절 설명

따라서 발을 씻겨드리는 사진 한 장만으로 어떤 기념일인지 알기는 어렵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송크란 무렵에 함께했던 일이다.


한국인 사위에게 남은 송크란의 기억

이날의 경험만으로 태국 가족문화를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내게 낯설었던 풍습이 아내의 가족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에는 발에 물을 붓는 손과 자녀의 머리에 얹힌 장모님의 손이 함께 담겨 있다. 그 사진을 보면 처음 느꼈던 어색함, 그리고 장모님과 처제가 살짝 눈시울을 붉혔던 순간이 떠오른다.

내 사진첩에 남은 송크란의 한 장면은 이렇게 세 남매가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던 날이다.

함께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