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떠돌이 개는 태국을 여행하거나 현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방콕 외곽의 골목부터 지방의 시장과 주택가, 해변, 편의점 주변, 심지어 불교 사원 안에서도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이런 개들을 흔히 ‘마쩐짜드(หมาจรจัด)’, 즉 떠돌이 개·유기견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stray dog 또는 free-roaming dog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태국에도 동물병원이 있고 중성화 사업도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단체가 오랫동안 떠돌이 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태국에는 왜 떠돌이 개가 이렇게 많을까요?
단순히 사람들이 개를 많이 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태국의 떠돌이 개 문제 뒤에는 유기와 번식뿐 아니라 불교문화, 사원의 역할, 주인과 떠돌이 개의 경계가 모호한 사육문화, 중성화 문제와 지역사회의 먹이 제공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태국 떠돌이 개는 정확히 몇 마리나 있을까?
먼저 정확한 숫자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태국의 떠돌이 개들은 보호시설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과 사원, 시장, 학교, 공터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국에 몇 마리가 존재하는지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태국에서 대규모 중성화·백신 사업을 하는 Soi Dog Foundation은 태국에 수백만 마리 규모의 떠돌이 개와 고양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soidog.org
중요한 것은 정확히 몇 마리냐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태국 특유의 개 사육문화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유 1. ‘주인이 있는 개’와 ‘떠돌이 개’의 경계가 모호하다
한국에서는 보통 개를 반려견 또는 유기견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현실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누군가 집에서 키우는 개이지만 낮에는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하고, 특정한 주인은 없지만 동네 사람들이 매일 밥을 주는 개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후자를 community dog(커뮤니티 도그)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semi-owned dog 등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PubMed Central (PMC)
즉,
“이 개 주인이 누구예요?”
라고 물었을 때
“주인은 없는데 여기 사람들이 다 밥 줘요.”
라는 상황이 가능한 것입니다.
2025년에 발표된 방콕권 반려견 연구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드러납니다.
조사 대상 가정에서 기르는 개 가운데 66%가 밖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고 보고됐고, 가정으로 들어온 개 가운데 46%는 길거리에서 입양한 개였습니다. MDPI
따라서 길에서 개를 봤다고 해서 모두 완전히 주인이 없는 유기견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이 태국의 떠돌이 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이유 2. 태국에서는 개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많다
태국 길거리에서 떠돌이 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의 먹이 제공입니다.
주인은 아니지만 집 앞에 찾아오는 개에게 밥을 주거나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14%가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개를 돌보거나 먹이를 주는 semi-ownership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ubMed Central (PMC)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먹이를 주는 행동 자체는 동물의 생존과 복지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먹이는 주지만 중성화는 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떠돌이 개가 살아남고 다시 번식할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반소유 형태로 돌봄을 받는 개 가운데 중성화된 것으로 알려진 개는 17%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이 조사는 2012년에 발표된 연구이므로 현재 태국 전체의 중성화율을 의미하는 수치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PubMed Central (PMC)
즉 선의로 한 행동이 장기적으로는 개체 수 증가를 막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유 3. 불교문화도 태국 떠돌이 개와 관련이 있다
태국의 떠돌이 개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불교문화입니다.
태국은 국민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 국가이고 불교에서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태국의 동물복지와 떠돌이 동물 관리에 관한 연구에서도 떠돌이 동물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가 자비와 공덕을 쌓는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동물을 죽이는 방식의 개체 수 조절에는 문화·종교적 거부감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PubMed Central (PMC)
그렇다고 “불교 때문에 태국에 떠돌이 개가 많다”라고 단순하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불교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화가 떠돌이 개를 제거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바로 태국의 사원입니다.
이유 4. 태국 사원에는 왜 개가 많을까?
태국 사원을 방문하다 보면 개가 누워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원은 떠돌이 개들에게 매우 좋은 생존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고 넓은 공간이 있으며 승려나 신도들이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버려진 개가 사원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태국의 개 개체군을 연구한 논문에서도 불교 사원이 떠돌이 개들에게 중요한 먹이 공급처가 되는 동시에 버려진 개들이 머무는 장소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Frontiers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37개 불교 사원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28개 사원에서 떠돌이 개가 확인됐으며 월평균 약 145마리가 관찰됐습니다. CMU Library Archive
그래서 태국에서 종종 사원 → 사람들이 개를 버림 → 승려·신도가 먹이를 줌 → 개들이 정착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사원이 사실상의 비공식 보호소 역할까지 떠맡게 되는 셈입니다.
이유 5. 버려지는 개가 계속 유입된다
중성화만 제대로 하면 태국의 떠돌이 개 문제는 해결될까요?
중성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미 길거리에 있는 개를 중성화하더라도 새로운 개가 계속 버려지면 개체 수가 다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방콕권에서 시행된 CNVR 사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중성화로 기존 자유생활 개들의 번식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경로에서 새로운 개들이 계속 유입되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유기되거나 잃어버린 반려견을 지목했습니다. PubMed Central (PMC)
즉 태국의 떠돌이 개 문제는 단순한 길거리 개 → 번식 → 개체 수 증가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기르던 개 → 유기·실종 → 길거리 유입 → 번식 이라는 경로도 함께 존재합니다.
따라서 길거리 개만 중성화해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유 6. 중성화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개 한 쌍이 계속 번식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개체 수는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떠돌이 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대규모 중성화입니다.
하지만 모든 떠돌이 개를 잡아 중성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개들은 계속 이동하고 사람을 피하기도 하며 특정한 주인이 없어 수술 후 관리도 쉽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예산과 수의사, 포획 인력 등의 차이도 존재합니다.
특히 과거에는 중성화되지 않은 떠돌이 개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가정견이 계속 번식하면서 개체 수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태국의 자유생활 개가 많은 원인으로 책임 있는 반려동물 관리 부족과 불충분한 번식 통제 등이 지적됩니다. PubMed Central (PMC)
그래서 최근 태국에서는 단순히 개를 잡아가는 방식보다 CNVR이라는 방법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태국은 떠돌이 개를 왜 안락사시키지 않을까?
여기서 한국인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문이 있습니다.
“그렇게 많으면 보호소로 데려가거나 안락사해서 개체 수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태국에서는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불교적·문화적 거부감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PubMed Central (PMC)
더 중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개 포획·살처분이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효과적이라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WHO 역시 개를 단순히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광견병 통제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개의 개체 수나 광견병 확산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대신 대규모 개 백신접종을 핵심적인 방법으로 권고합니다. 세계 보건 기구
그래서 현재 중요한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이 잡아서(Catch) → 중성화하고(Neuter) → 예방접종한 뒤(Vaccinate) → 원래 지역으로 돌려보내는(Return) CNVR 방식입니다.
태국 떠돌이 개 해결책으로 등장한 CNVR
태국에서 대규모 CNVR 사업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Soi Dog Foundation입니다.
이 단체는 2003년 푸껫에서 중성화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방콕을 비롯한 태국 여러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현재까지 170만 마리 이상의 떠돌이 개와 고양이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으며, 현재 태국 76개 주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지역에서 CNVR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soidog.org
방식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포획 → 중성화 → 광견병 예방접종 → 원래 살던 지역으로 돌려보내기 입니다.
기존 개를 죽이지 않으면서 번식을 막고 동시에 광견병 예방접종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