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를 대표하는 관광도시 치앙마이는 아름다운 사원과 산악 풍경, 카페와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이지만, 치앙마이에는 또 하나의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치앙마이 홍수다.
특히 2024년에는 핑강(Ping River)이 범람하면서 치앙마이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나이트바자와 창클란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치앙마이의 대규모 홍수는 2024년에 갑자기 시작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치앙마이는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큰 홍수를 경험해 왔다. 그리고 2026년 8월 현재는 치앙마이에서 동쪽으로 떨어진 난(Nan)주에서 심각한 홍수와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태국 북부에서는 왜 이렇게 홍수가 반복되는 것일까?

치앙마이 홍수는 2024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치앙마이 홍수를 이야기할 때 2024년을 떠올린다.
2024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핑강이 범람했고 치앙마이 시내의 넓은 지역이 침수됐다.
하지만 치앙마이의 홍수 역사를 살펴보면 2024년 이전에도 큰 홍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1973년, 1994~1995년, 2005년, 2011년, 2022년, 2024년 등에 큰 홍수가 발생했다.
특히 2005년 홍수는 상당히 심각했다.
2005년 9월 태풍 담레이(Damrey)에서 약화된 열대저기압의 영향으로 태국 북부 산악지역에 하루 100~200mm 수준의 폭우가 내렸다.
당시 치앙마이 상류 핑강 유역에서 최대 유량은 초당 867㎥까지 증가했고, 관측 수위는 약 4.93m에 도달했다. 핑강에서 약 1km 떨어진 지역까지 침수된 곳도 있었다.
즉 치앙마이 홍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치앙마이는 왜 홍수에 취약할까?
가장 먼저 치앙마이의 지형을 이해해야 한다.
치앙마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 한가운데로 핑강이 흐른다.
문제는 치앙마이 시내에 내리는 비만이 아니다.
치앙마이 북쪽 산악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 산과 계곡의 물이 여러 지류를 통해 핑강으로 모인다. 이 물이 한꺼번에 치앙마이 방향으로 내려온다.
쉽게 말하면 이런 구조다.
산악지역 집중호우 → 지류 수위 상승 → 핑강으로 물 집중 → 치앙마이 도심 통과 → 핑강 처리 능력을 넘으면 범람
따라서 치앙마이 시내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더라도 상류에 폭우가 내리면 홍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에서도 핑강은 치앙마이 도심의 핵심적인 홍수 위험원으로 지목된다.
도시가 커지면서 물을 받아줄 공간이 줄었다
치앙마이 홍수를 자연환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바로 도시화다.
과거 치앙마이 주변에는 논과 습지, 저지대가 넓게 존재했다. 이런 지역은 우기에 일시적으로 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자연 저류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치앙마이가 태국 북부의 경제·관광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논과 저지대에 주택과 상업시설, 도로 등이 들어섰다.
2025년 발표된 치앙마이 홍수 연구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확인됐다. 1990~2018년 토지 이용 변화를 분석한 결과, 홍수 위험이 높은 논이 도시지역으로 전환되면서 물을 저장할 능력이 감소했고 새롭게 개발된 지역의 홍수 취약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이라면 일시적으로 물을 받아둘 수 있지만 그곳에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가 들어서면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빠르게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지방 주요 도시의 빠른 성장은 태국의 지역 간 경제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방콕과 지방의 경제적 차이에 대해서는 **[태국의 빈부격차는 얼마나 심할까?]**에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치앙마이의 발전 자체가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든 것이다.
핑강 주변 개발도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강 주변의 개발이다.
2007년 쭐랄롱꼰대학교의 치앙마이 홍수 대책 연구에서는 핑강 주변 침범과 도로 및 교량 구조물 등이 물의 흐름과 배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치앙마이 도심은 이미 상당한 개발이 진행됐다.
강 주변에 주택과 호텔, 상점, 도로 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넓은 범람원을 다시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치앙마이는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자연환경 위에 거대한 관광도시가 만들어진 셈이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안전할까?
치앙마이가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은 홍수에서 보호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치앙마이에서 홍수 위험을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핑강과의 거리와 지대의 높이다.
특히 핑강과 가까운 나이트바자 → 창클란 → 와로롯 시장 → 핑강 주변 저지대 등은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위험한 지역이다.
2024년 홍수 당시에도 나이트바자와 창클란 일대가 침수됐다.
문제는 이곳이 외곽 주거지역이 아니라 치앙마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숙박하는 대표적인 관광·상업지역이라는 점이다.
반면 핑강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올드타운 중심부와 님만해민 방향은 핑강 범람의 직접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이다.
물론 이 지역 역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배수 문제에 따른 국지적인 침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까?
이 정도로 홍수가 반복된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태국 정부는 치앙마이 홍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실제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수시설을 이용해 물을 조절하거나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을 분산하고, 핑강 수위를 감시하고, 배수시설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추진돼 왔다.
과거 연구에서는 치앙마이의 장기적인 홍수 대책으로
- 홍수 조절용 저수시설
-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저류지역
- 제방과 방수시설
- 도시 배수시설 개선
- 홍수 우회수로
- 범람수를 흘려보낼 수 있는 Floodway
등이 제안됐다.
특히 치앙마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물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우회수로(Diversion Channel)**가 장기적인 대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미 도시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홍수를 막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치앙마이 홍수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은 거대한 제방 하나를 만드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상류에서는 물을 최대한 저장하고, 중간에서는 물을 분산시키며, 도시에서는 배수 능력을 높이고, 위험지역에서는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치앙마이 홍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기존 논과 저류공간을 보존하고, 홍수 위험지역의 고밀도 개발을 제한하며, 녹지 완충지역과 저류지를 확보하고, 투수성 포장과 배수시설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물을 받아들이고 분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가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는 이를 다시 되돌리는 데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
이것이 수십 년 동안 홍수가 반복됐음에도 치앙마이가 아직 홍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2026년에는 난에서 다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2026년 8월, 태국 북부에서는 다시 큰 홍수가 발생했다.
이번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곳은 치앙마이가 아니라 난(Nan)주다.
2026년 8월 19일 난주는 폭우와 누적 강수로 인해 돌발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푸아(Pua)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초기 발표에서는 12개 탐본, 107개 마을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8월 20일 추가 상황을 보면 푸아를 비롯한 4개 군에서 홍수·돌발홍수·산사태 피해가 확인됐으며, 푸아에서는 약 4,000가구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도로와 교량이 끊긴 곳도 발생했고 일부 주요 도로는 홍수와 산사태 때문에 통행에 영향을 받았다.
또한 사망자 2명이 보고됐다.
난병원도 홍수 영향으로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일반 진료를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난 시내까지 물이 들어왔다
피해는 산악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난 시내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8월 20일에는 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왓 푸민(Wat Phumin) 주변까지 물이 들어왔다.
푸민-타리 지역 등 난 시내 일부 저지대에서는 약 70~100cm의 침수가 보고되기도 했다.
상류의 물은 계속 하류로 이동하고 있어 위앙사(Wiang Sa) 등에서도 20~21일 수위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일부 유역에서는 누적 강수량이 최대 388mm에 달했다.
이번 난 홍수 역시 태국 북부가 가진 지형적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악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산에서 내려온 물이 하천에 빠르게 모이면서 하류 도시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2026년 8월 현재 치앙마이는 괜찮을까?
현재 난에서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치앙마이 시내까지 같은 홍수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난과 치앙마이는 서로 다른 지역이며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
따라서 2026년 8월 20일 현재 난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홍수를 치앙마이 홍수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다만 태국 기상청은 8월 19~21일 태국 북부와 북동부 상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에서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8월 20일 북부 예보에도 치앙마이·치앙라이·람푼·람빵·파야오·난·프래 등에서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치앙마이가 2024년과 같은 대홍수 상황인 것은 아니지만 우기 여행객이라면 기상 상황과 핑강 수위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태국 북부 홍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강수 현상이 증가하면서 태국 북부의 홍수 역시 기후변화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 변화와 극한 강수 위험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치앙마이 홍수를 단순히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다”**라고 설명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치앙마이는 오래전부터 홍수가 발생해 온 지역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지형, 핑강과 여러 지류, 우기의 집중호우라는 자연조건이 원래 존재했다.
여기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논과 저류공간이 감소하고, 홍수 위험지역까지 도시가 확대되면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건물과 인구가 증가했다.
즉 현재의 치앙마이 홍수는 자연적인 지형 + 집중호우 + 상류 유출 + 핑강 범람 + 도시화 + 저류공간 감소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치앙마이가 안고 있는 숙제
치앙마이는 앞으로도 태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시가 성장할수록 홍수 문제를 해결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논과 습지가 사라지고 건물과 도로가 늘어나면 도시의 경제적 가치는 높아지지만 물을 받아줄 공간은 줄어든다.
그리고 2005년, 2011년, 2022년, 2024년 치앙마이 홍수와 2026년 난 홍수가 보여주듯 태국 북부의 폭우와 홍수 위험은 앞으로도 무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치앙마이에 필요한 것은 “다시는 홍수가 발생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큰 홍수가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류 수자원 관리, 저류공간 확보, 핑강 관리, 도시 배수시설 개선, 홍수 위험지역 개발 제한, 정확한 예보와 빠른 대피 시스템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환율과 관광정책 역시 태국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바트 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태국 바트 강세의 이유와 향후 전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치앙마이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뿐 아니라 반복되는 홍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계획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