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진국 함정은 태국 경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입니다. 태국은 제조업과 수출,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2011년에는 세계은행 기준 상위 중소득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고소득국으로 올라가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세계은행)
한때 연평균 7%가 넘는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태국은 이제 연간 2% 안팎의 성장도 쉽지 않은 경제가 됐습니다.
세계은행은 2026년 태국 경제성장률을 약 **1.6%**로 전망하며, 2027년에도 약 2.3%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계은행은 높은 가계부채와 세계무역 둔화, 관광 회복 지연, 구조적인 생산성 문제를 주요 부담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그렇다면 태국은 왜 오랫동안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까요?
단순히 경제정책을 잘못했기 때문일까요?
혹은 반복되는 정치 불안과 정책의 단절 때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둘 중 하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은 낮은 생산성 + 산업 고도화 지연 + 비공식 노동 + 교육·기술 문제 + 고령화 + 규제와 경쟁 부족 + 정책의 지속성 문제가 오랫동안 함께 누적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이란 무엇일까?
중진국 함정은 저소득국가가 산업화와 외국인 투자,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중소득국까지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그 이후 생산성과 기술력을 충분히 높이지 못해 고소득국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세계은행은 중소득국이 고소득국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본을 더 투자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해외 기술을 받아들이고, 국내 기업에 확산시키며, 궁극적으로 자체 혁신 능력을 키우는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세계은행)
이 기준으로 보면 태국은 상당히 전형적인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태국은 자동차와 전자, 관광, 식품산업 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자체 기술력이 그만큼 빠르게 올라오지는 못했습니다.
태국은 경제발전에 실패한 나라가 아니다
먼저 이 부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이 존재한다고 해서 태국의 경제발전 자체가 실패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태국 경제는 1960~1996년 고도성장기에 연평균 약 7.5% 성장했습니다.
1인당 소득 역시 크게 증가했고 국가 빈곤율은 2000년 42.5%에서 2021년 6.3%까지 떨어졌습니다. (세계은행)
태국은 농업 중심 경제에서 자동차, 전자제품, 석유화학, 식품가공, 관광 등을 갖춘 산업경제로 변했습니다.
따라서 태국의 문제는 “경제발전을 못 했다.”가 아니라 “성공했던 성장모델이 다음 단계에서는 예전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다.”에 가깝습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1: 생산성 증가가 크게 느려졌다
현재 태국 중진국 함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산성입니다.
OECD에 따르면 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02015년 연평균 **4.8%**였지만 20152023년에는 **2.1%**로 떨어졌습니다. (OECD)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이 같은 시간 동안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가 과거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아직 가난할 때는 공장을 더 만들고, 노동자를 더 투입하고, 해외기업을 유치하는 것 만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진국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임금은 이미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더 싼 노동력을 가진 국가와 가격으로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더 좋은 기술, 더 높은 생산성, 더 높은 부가가치로 경쟁해야 합니다.
태국은 바로 이 전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경쟁하기도, 한국·일본과 경쟁하기도 어려운 위치
중진국 함정의 어려움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태국보다 임금이 낮은 국가에서는 저렴한 생산비를 이용해 경쟁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같은 고소득국가는 기술, 브랜드, 연구개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쟁합니다.
태국은 그 중간에 있습니다.
임금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자체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은 선진 제조국에 비해 아직 약한 분야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임금 제조업은 베트남이나 다른 신흥국과 경쟁해야 하고, 고부가가치 제조업에서는 한국·일본·중국 등과 경쟁해야 합니다.
AMRO 역시 태국 같은 일부 중소득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생산성이 정체되고 서비스업 고도화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Amro Asia)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2: 외국기업은 많지만 자체 기술은 부족하다
태국의 산업화에는 외국인 직접투자, 즉 FDI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일본 자동차기업의 투자는 태국을 동남아시아 대표 자동차 생산기지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Toyota, Honda, Isuzu, Mitsubishi 같은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수많은 부품기업이 태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도 전기차와 전자, PCB 등의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는 분명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외국기업의 기술과 생산성이 태국 국내기업으로 얼마나 깊게 확산되느냐입니다.
세계은행의 중진국 함정 분석에서도 외국 기술과 성공적인 경영방식을 받아들이고 이를 국내 경제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고소득국 진입의 핵심 단계라고 설명합니다. (세계은행)
단순히 외국 회사의 공장을 태국에 많이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태국 기업 스스로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립기지를 넘어 연구개발 국가가 되어야 한다
태국의 다음 과제는 명확합니다.
예전에는 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태국에서 연구하고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한다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중국의 전기차와 첨단전자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현재가 태국에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시험대입니다.
투자금액만 늘어나고 핵심 부품과 기술을 해외에서 계속 가져온다면 국내 부가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태국 현지 공급망과 연구개발, 인력양성까지 연결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3: 비공식 노동자가 너무 많다
태국 중진국 함정에서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문제가 비공식 노동입니다.
OECD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공식 고용에 속합니다. 특히 농업과 저숙련 서비스업에서 비공식 노동 비중이 높습니다. (OECD)
비공식 노동에는 노점, 소규모 자영업, 농업, 가족사업,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자리는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생깁니다.
비공식 사업체는 투자, 금융, 교육, 기술도입, 사회보험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에서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머물게 됩니다.
OECD는 비공식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태국의 생산성과 사회적 포용을 높이는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평가합니다. (OECD)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4: 교육과 기술인력의 격차
고소득국이 되려면 산업이 고도화돼야 합니다.
산업이 고도화되려면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연구인력, 기술자, 전문관리자 같은 인력이 충분해야 합니다.
단순 제조업에서는 기본적인 노동력 공급이 중요하지만 첨단산업에서는 사람의 기술 수준이 훨씬 중요합니다.
태국 역시 EV와 반도체 관련 산업, PCB, 데이터센터, 디지털 서비스 같은 신산업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기업이 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과 태국이 자체적으로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교육과 기술인력의 질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으면 고부가가치 업무는 해외에 남고 태국은 생산과 조립을 담당하는 구조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OECD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교육과 기술 향상, 기업의 공식화, 경쟁 촉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OECD)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5: 고령화가 너무 빠르다
태국에는 다른 신흥국보다 특히 불리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고 있다는 것입니다.
OECD에 따르면 태국의 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00년 약 10명에서 2023년 약 20명까지 증가했습니다. (OECD)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노동력은 감소하고,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과 의료비 부담은 커질 수 있습니다.
고소득 국가인 일본이나 한국도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높은 생산성과 자본,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뒤 본격적인 고령화에 들어갔습니다.
태국은 아직 고소득국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우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세계은행도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를 태국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핵심 구조적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6: 규제와 경쟁의 문제
경제가 고도화되려면 새로운 기업이 쉽게 시장에 진입하고 기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OECD의 2025년 상품시장규제 지표에서 태국의 규제 점수는 조사대상 47개국 중 네 번째로 제한적인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OECD)
OECD는 태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 강화, 진입규제 축소, 불필요한 행정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제도 개선, 부패와 자금세탁 대응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OECD)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성장을 정부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실패한 기업이 퇴출되고, 더 생산적인 기업에 자본과 인력이 이동해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존 산업구조가 고착됩니다.
그렇다면 정치가 태국 중진국 함정의 원인일까?
이제 원래 글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입니다.
정치는 분명 중요합니다.
다만, “태국의 경제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전부 정치 때문이다.”라고 쓰는 것은 지나친 단정입니다.
세계은행·OECD·IMF가 태국에 권고하는 핵심 문제를 보면 생산성과 기술, 경쟁, 비공식 경제, 교육, 고령화 같은 경제구조적 문제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IMF)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교육제도를 바꾸고, 산업정책을 조정하고,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를 개혁하고, 사회보장을 확대하고, 인프라에 장기투자 해야 합니다.
바로 여기서 정치와 제도의 중요성이 나타납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 원인 7: 장기적인 개혁의 지속성이 부족하다
구조개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교육개혁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
철도와 도시개발, 연구개발, 산업 인력양성, 연금개혁 역시 한 정부의 임기 안에 결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고소득국으로 올라가려면 어떤 정당이나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중요한 국가전략은 장기간 유지될 필요가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제도적 약점이 장기적인 정책 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세계은행 역시 일부 장기 정책과 기후·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제도적 약점이 실행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Open Knowledge)
따라서 정치는 태국 중진국 함정의 유일한 원인 이라기보다 경제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개혁을 얼마나 오래,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쿠데타가 경제를 망쳤다고 단순화해서도 안 된다
태국 현대정치에서 군부 쿠데타와 정권교체가 반복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쿠데타가 있었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느려졌다.”는 하나의 인과관계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에서도 생산성이 떨어지면 성장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강한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가진 국가는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쿠데타의 횟수 자체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와 정책 지속성, 제도 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입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을 정치적으로 분석할 때는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치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정책이 계속될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태국이 고소득국이 되기 위해 향후 15년 동안 교육개혁, 철도망 확대, 첨단산업 육성, 기술인력 교육, R&D 투자, 지방경제 육성을 추진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업이 취소되고, 우선순위가 바뀌고, 새로운 정책이 다시 시작된다면 장기적인 산업전환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정치적 경쟁이 있더라도 핵심 국가전략이 유지된다면 개혁은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태국의 진짜 문제는 “어떤 정치세력이 옳은가”가 아니라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장기개혁을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능력이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태국 경제에서 단기 부양정책이 반복되는 이유
성장률이 낮아지면 정부는 당장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습니다.
그래서 현금지원, 소비 촉진, 관광 지원, 농가 지원 같은 단기 대책이 등장하기 쉽습니다.
이런 정책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경기침체기에 가계소득을 지원하고 소비를 방어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태국 정부도 2025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와 생산성, 관광, 지역경제 등에 대규모 재정을 배정했습니다. (OECD)
문제는 단기정책이 장기개혁을 대신할 때입니다.
소비를 한 번 늘리는 것과 기업 생산성을 영구적으로 높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후자가 훨씬 중요합니다.
관광산업만으로 태국은 고소득국이 될 수 있을까?
관광은 태국의 매우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방콕, 푸껫, 파타야, 치앙마이, 끄라비 등 세계적인 관광지역이 있고 관광산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관광 하나만으로 고소득국 진입을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관광업에는 저숙련·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도 많이 존재합니다.
앞으로 태국에 필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관광, 의료·웰니스, 콘텐츠, 디지털 서비스, 전문 서비스 같은 분야에서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세계은행도 동아시아 중진국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조업뿐 아니라 고생산성 서비스업과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세계은행)
자동차 산업도 새로운 시험대에 들어섰다
태국은 일본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면서 기존 산업구조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OECD 역시 최근 태국 제조업의 성장 둔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OECD)
태국은 중국 EV 기업 투자를 대규모로 유치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산업을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전환에 성공한다면 중진국 함정 탈출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패한다면 오랫동안 태국 경제를 지탱한 자동차산업 자체가 성장의 부담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태국이 가진 강점도 분명하다
태국 중진국 함정만 이야기하다 보면 태국 경제가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태국은 이미 동남아 중심의 위치, 강한 제조업 기반, 자동차 공급망, 전자산업, 세계적인 관광산업, 식품 생산능력, 비교적 발전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자·데이터센터·전기차·첨단 제조업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역시 첨단·친환경 제조업과 디지털산업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태국의 다음 성장단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즉 태국은 처음부터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강한 산업기반을 한 단계 위로 올리는 것이 과제입니다.
태국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국 역시 과거에는 중진국이었습니다.
1960~1980년대에는 저임금 제조업과 수출을 이용해 성장했고, 이후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 화학, 정보통신 등으로 산업을 계속 고도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업이 단순한 하청 생산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과 브랜드를 갖게 된 점이 중요했습니다.
물론 한국의 성장모델에도 재벌집중, 노동시장 격차, 부동산, 저출산, 과도한 교육경쟁 같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잘했고 태국은 잘못했다.”라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핵심 차이는 중진국 이후 얼마나 빠르게 생산성과 국내기업의 기술력을 높였느냐입니다.
태국 역시 앞으로 그 전환에 성공해야 합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의 7가지 원인 한눈에 보기
|
원인 |
핵심 문제 |
|---|---|
|
생산성 둔화 |
한 사람당 부가가치 증가 속도 감소 |
|
산업 고도화 지연 |
외국기업 생산기지 의존 |
|
비공식 노동 |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공식 고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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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술 격차 |
첨단산업 인력 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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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
생산가능인구 감소 |
|
규제·경쟁 문제 |
기업 진입과 성장 제약 |
|
정책 지속성 |
장기 구조개혁 추진이 어려움 |
즉 태국 중진국 함정은 어느 한 정부나 한 정책의 실패로 만들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여러 문제가 서로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구조적 결과입니다.
태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현재 국제기관들의 권고를 종합해보면 방향은 꽤 명확합니다.
첫째,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둘째, 비공식 노동을 공식 경제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셋째, 경쟁을 막는 규제와 행정장벽을 줄여야 합니다.
넷째, 외국기업 투자를 태국 국내기업의 기술발전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다섯째, 교육과 직업훈련을 첨단산업 수요에 맞춰야 합니다.
여섯째, 빠른 고령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개혁을 정부가 바뀌더라도 장기간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IMF 역시 2026년 태국에 대해 노동생산성 향상과 구조전환, 비공식 노동 축소, 수출 고도화, 기업환경과 거버넌스 개선을 핵심 개혁과제로 제시했습니다. (IMF)
태국의 목표인 ‘2037년 고소득국’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면 쉽지 않습니다.
세계은행은 태국의 잠재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으며 현재 추세에서는 2037년 고소득국 진입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은행)
2026년 성장률 전망 역시 2% 아래입니다. (세계은행)
따라서 단순히 경제가 매년 조금씩 성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성장률의 질을 바꿔야 합니다.
저임금 노동과 자본투입을 늘리는 성장에서 기술 + 생산성 + 혁신 중심의 성장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태국 경제의 진짜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태국은 세계 최빈국도 아니고 산업이 없는 나라도 아닙니다.
도로와 공항, 항만, 공장, 대기업, 금융시장, 관광산업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존 자원을 더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시키는 속도입니다.
OECD 역시 태국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경쟁을 강화하고 자원이 더 효율적인 기업과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OECD)
따라서 중진국 함정을 돈의 부족만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결론: 태국 중진국 함정은 경제 실패도, 정치 실패만도 아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은 흔히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하나는 “태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라는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반복되는 정치적 혼란 때문에 발전하지 못했다.” 라는 설명입니다.
둘 다 일부는 맞지만 어느 하나만으로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태국은 경제발전에 실패한 국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20세기 후반 매우 성공적인 산업화와 빈곤감소를 경험했습니다. (세계은행)
문제는 그 성공을 만들어낸 저렴한 노동력 + 외국자본 + 수출 제조업 + 관광 이라는 성장모델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속도의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생산성, 기술, 교육, 혁신, 경쟁, 산업 고도화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정치와 제도가 중요해집니다.
이런 개혁은 1~2년 만에 끝낼 수 있는 정책이 아닙니다.
10년, 2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따라서 태국의 정치문제가 중진국 함정과 연결되는 진짜 이유는 “정치가 경제를 직접 망쳤기 때문”이라기보다 “필요한 장기 구조개혁을 얼마나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OECD와 IMF가 태국에 규제개혁과 경쟁 강화, 생산성 개선, 비공식 노동 축소, 거버넌스 개선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OECD)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태국 중진국 함정은 경제의 단순한 실패도 정치의 단순한 실패도 아니라, 오래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할 시기에 필요한 개혁을 충분히 빠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태국에는 아직 충분한 기회가 있습니다.
이미 구축된 제조업 기반과 관광산업, 새롭게 들어오는 EV와 전자·데이터센터 투자, 동남아시아 중심의 지리적 위치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태국이 고소득국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는 얼마나 많은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느냐보다 그 투자를 태국 사람과 태국 기업의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얼마나 바꿔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