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원래 관광이 강한 나라니까.”
이 한 문장으로 끝내기엔 태국이 만든 구조가 꽤 영리하고, 또 오래 됐다. 태국은 자연경관만으로 뜬 나라가 아니라 관광을 ‘산업’으로 설계하고 운영해온 나라에 가깝다. 반대로 한국은 관광이 커질 “씨앗”은 많은데, 구조가 아직 서울 중심으로 굳어 있고 가격·동선·경험 설계가 아쉬운 구간이 있다.
아래는 태국이 관광대국이 된 방식(성장 메커니즘)과, 그걸 기준으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 글이다.
1) 태국이 강해진 건 ‘관광을 시스템으로 만든 덕분’
태국의 핵심은 “좋은 자원이 있다”가 아니라, 좋은 자원을 ‘돈이 되는 여행 경험’으로 바꾸는 국가/민간의 합동 시스템이다. 대략 이런 구조로 돌아간다.
(1) 국가가 관광을 일찍 산업화했다
태국은 관광을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외화·고용·지역경제”를 만드는 산업으로 보고, 전담 조직과 마케팅 체계를 일찍부터 굴려왔다. 대표적으로 Tourism Authority of Thailand 같은 기관이 국가브랜딩과 시장 개척을 장기적으로 이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관광은 “한 번 캠페인 한다고 끝”이 아니라
- 항공 노선
- 호텔/리조트 투자
- 지역 개발
- 치안/편의
- 비자/입국 정책 같은 요소가 동시에 맞물려야 크기 때문이다.
(2) “허브+휴양”이라는 기본 포지션이 선명하다
태국은 방콕을 관문으로 잡고, 휴양·섬·리조트라는 강점을 “국가 대표 상품”으로 만든 뒤, 지역을 역할 분담시켰다.
- 관문/쇼핑/도시경험: 방콕
- 휴양/리조트: 푸껫
- 자연/액티비티: 끄라비
- 감성/로컬/산과 문화: 치앙마이
관광객 입장에서 이건 엄청 편하다. “태국 가면 뭐 하지?”가 아니라
“도시+휴양+자연+로컬”이 이미 정답지처럼 짜여 있다는 느낌이 든다.
(3) 장기체류·반복방문이 가능한 가격/상품 구조
태국은 한 번 가면 “3박 4일로 끝”이 아니라 늘려도 부담이 덜한 구조가 강하다. 숙박부터 먹거리, 이동, 액티비티까지 선택지가 넓고 가격대 스펙트럼이 크다. 그래서
- 가족 단위 장기 체류
- 커플 휴양
- 혼자 한 달 살기
- 디지털 노마드 같은 수요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싸다” 그 자체가 아니라, ‘가격 대비 확실한 만족’을 반복해서 주는 경험 설계다.
(4) 공항/항공/도시 동선이 관광상품의 일부다
태국은 공항·항공이 관광의 “입구”이자 “전환율”이다. 관문 공항(대표적으로 수완나품 국제공항)과 도시 연결, 리조트 이동, 섬 이동이 하나의 여행 흐름으로 이어진다.
여행자는 복잡한 걸 싫어한다.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예매 → 이동 → 체크인 → 놀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면 그 나라가 다시 선택된다.
2) 그럼 한국은 왜 태국 같은 형태가 되기 어렵나?
여기서 “한국은 안 돼”가 아니라, 태국이 만든 모델과 한국이 가진 조건이 다르다는 얘기다.
(1) 휴양 대량모델에서 정면 승부가 불리하다
한국은 태국처럼 “바다+리조트+장기체류”를 국가 메인으로 밀기엔 가격·기후·상품구성이 다르다. 휴양만으로 태국을 따라잡겠다는 그림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 서울 편중이 너무 강하다
관광이 커지려면 “2번째, 3번째 메인 허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관광 동선이 너무 쉽게 서울로 빨려 들어간다.
이건 관광객 입장에서는 편한데, 국가 전체로 보면 성장의 질이 떨어진다.
(3) “관광지 프리미엄”의 체감이 신뢰를 깎는다
관광객이 싫어하는 건 “비싼 것”이 아니라 **‘비싼데 납득이 안 되는 것’**이다.
바가지, 불투명한 요금, 관광지에서만 갑자기 뛰는 가격 체감은 재방문을 끊는다. 태국도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은 이 신뢰 문제를 더 예민하게 관리해야 한다.
3) 한국이 가야 할 방향: “태국을 따라잡기”가 아니라 “다른 트랙에서 1등”
한국은 휴양 강국이 되기보다 도시·콘텐츠·경험·안전·품질로 승부하는 나라가 되는 게 현실적이다. 이미 강점은 있다. 중요한 건 “서울만”이 아니라 “한국 전체”로 만드는 것.
방향 1) 한국형 관광의 정체성을 명확히: ‘목적형 여행’ 강화
한국은 “아무거나 다 있는 나라”가 아니라, 목적이 있는 여행에서 강하다.
- K-콘텐츠 성지순례(촬영지, 공연, 페스티벌)
- 미식/카페/쇼핑(도시 경험)
- 뷰티·웰니스·의료
- 사계절(눈/스키/단풍/온천)
이건 태국의 휴양 모델과 다른 트랙이다. 이 트랙에서 한국은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방향 2) 서울 다음 허브를 “여행의 정답지”로 만들어야 한다
태국이 지역을 역할 분담시킨 것처럼, 한국도 권역을 정답지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 해양도시/야경/미식 허브: 부산
- 자연/레저/겨울: 강원도
- 역사/유산: 경주
- 로컬 미식/한옥/감성: 전주
- 휴양/자연: 제주도
포인트는 “지역에 볼거리가 있다”가 아니라, 외국인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코스 정답지를 만드는 거다. (언어·예매·이동·패스까지 포함해서)
방향 3) 가격 체감과 신뢰를 ‘국가 경쟁력’으로 관리
관광은 이미지 산업이다.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이 “한국은 비싸고 불친절하다”로 일반화된다.
필요한 건 화려한 홍보보다 아래 같은 기본기다.
- 가격 투명성(정찰제/표준 요금/명확한 표시)
- 관광지 바가지 이슈 최소화(단속+리뷰 기반 신뢰)
- “비싸면 비싼 값”이 느껴지는 품질(서비스/청결/편의/설명)
방향 4) 공항에서 지역으로 바로 꽂히게: ‘입국 동선’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관문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여기서 서울만 편하게 가는 구조를 넘어서, 지역으로 바로 연결되는 “관광형 동선”이 강화돼야 한다.
예를 들면,
- 공항 → 부산/강원/경주/전주/제주로 이어지는 직관적 이동
- 다국어 UX(예매/패스/환승/짐)
- 공항에서 지역으로 가는 “당일 이동이 쉬운” 패키징 이게 되면 “서울 + 1지역”이 아니라 “서울 없이도” 혹은 “지역부터” 들어오는 수요가 생긴다.
결론: 태국에게 배울 건 ‘자원’이 아니라 ‘설계’다
태국은 관광자원이 좋아서 성공한 게 아니라, 관광을 산업으로 설계하고 운영한 나라다.
한국은 태국의 휴양 대량모델을 따라가기보다, 문화파워를 기반으로 한 목적형 관광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정리하면 이렇게다.
- 태국처럼 되려 하지 말고,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모델을 더 날카롭게
- 서울 집중을 깨는 “2~3개 메인 허브”를 정답지로 만들기
- 가격 신뢰(바가지 체감)를 국가 경쟁력으로 관리
- 공항에서 지역으로 바로 연결되는 관광형 동선 설계
이 네 가지가 동시에 굴러가면, “한국은 태국을 따라잡기 힘들다”가 아니라
**“한국은 한국 방식으로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로 프레임이 바뀐다.